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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월봉서원 너브실밥상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광주=글·사진 스포츠서울 황철훈기자] 드디어 대망의 한국시리즈다! 오는 25일부터 정규리그 우승팀 KIA와 두산(정규리그 2위)이 올해 프로야구 챔피언 자리를 놓고 혈투를 벌인다. 공교롭게 우리 민족 기원의 상징인 곰과 호랑이의 승부다. 이번주 수요일, 펼쳐질 승부로 벌써부터 야구팬들은 즐겁다. 팬들의 뜨거운 응원 열기 또한 야구장을 녹일 기세다. 어찌됐든 야구도 응원도 일단 식후경이다. 잘 먹어야 야구도 하고 응원도 열심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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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백운동에 자리한 프라도호텔은 프로야구 원정팀 공식 숙소다. 이 호텔은 작명에 얽힌 재미난 사연이 있다. 전라도 최고의 호텔을 만들겠다는 당시 경영진이 ‘전라도의 자부심’이란 뜻인 ‘Pride of 전라도’를 줄여서 프라도(PRADO)라 이름 지었다. 아마도 두산은 전라도의 자부심과 함께 잠이 들 듯하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다행히 한국시리즈 1·2차전이 펼쳐지는 빛고을 광주는 온갖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남도 맛의 본향이다. 서해안 쪽으로 발달한 나주와 영암 등 너른 평야에선 각종 곡식이 넘쳐나고 서남해에서는 각종 해산물이 지천인 까닭에 전라도는 풍요로운 음식문화를 꽃피운 곳이다. 특히 호남 제일 도시 광주는 맛의 수도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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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송정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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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송정시장 초입에 위치한 국밥 명가 ‘영명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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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시장의 명물인 굴뚝빵과 구들장빵

●먹거리의 천국 ‘1913송정역시장’=

빛고을 광주는 호남의 으뜸도시답게 맛집이 즐비하다. 특히 KTX 고속열차가 서는 광구 송정역 앞에는 104년의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1913송정역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1913년 ‘매일송정역전시장’으로 시작한 이곳은 104년의 전통을 강조하기위해 이름을 ‘1913송정역시장’으로 바꿨다. 또한 새롭게 리모델링한 시장은 세련된 분위기와 함께 옛 정취가 고스라니 배어있어 마치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온 듯하다.

최근 톡톡튀는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진 젊은 상인들이 둥지를 틀면서 시장은 젊음과 열정이 넘치는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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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나물과 버섯 등 야채와 김치를 삼겹살로 말아 내놓는 ‘삼뚱이’

각종 볼거리와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장 거리엔 젊은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입구에는 어른 팔뚝만한 굴비가 주렁주렁 걸려있는 영광굴비 직판장과 각종 국밥과 순대를 파는 영명국밥을 필두로 수제 고로케를 파는 ‘고로케삼촌’, 과일 양갱을 파는 ‘갱소년’, 참치와 햄 등을 넣고 간장으로 양념한 밥을 계란지단으로 감싼 ‘계란밥’, 고창의 보리로 빚은 에일맥주를 맛볼 수 있는 ‘밀밭양조장’, 숙주나물과 버섯 등 채소와 김치를 삼겹살로 말아 내놓는 ‘삼뚱이’, 쑥을 넣은 쑥 초코파이를 파는 ‘쑥’s초코파이’, 구들장 모양의 납작한 구들장 빵과 굴뚝 모양의 굴뚝 빵 등 이색 먹거리가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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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뼈사랑의 뼈해장국에는 살코기가 뭉텅이로 붙어있는 왕뼈가 3개나 들어간다.

●왕뼈사랑=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유스퀘어 바로 맞은편 큰 대로변에 해장국집 ‘왕뼈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 ‘뼈해장국’은 이름답게 푸짐한 왕뼈가 가득하다. 다른 부위보다 살코기가 많이 붙어있는 돼지 목뼈 부위를 이용해 해장국을 끓여낸다. 뼈에 살이 붙어있는 게 아니라 마치 살코기 속에 뼈가 파묻혀있는 듯하다. 시쳇말로 고기 반 뼈 반이다. 양파와 마늘, 생강, 커피가루에 마지막으로 한약재인 곽향을 넣고 36시간 동안 푹 삶아내 돼지 잡내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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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해장국을 시키면 갓 지은 구수한 돌솥밥이 함께 나온다.

뭉텅이로 붙어있는 살코기는 결대로 쉽게 찢어지고 발라진다. 또한 야들야들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들깻가루와 청양고추, 우거지와 함께 끓여낸 진한 국물은 깊고 구수하며 제법 칼칼해 해장으로 제격이다. 뚝배기 가득한 살코기에 얼큰한 국물을 한입 떠먹으면 속이 금세 든든해지며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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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나주곰탕 하얀집의 곰탕

●원조나주곰탕 하얀집=

나주의 명물 나주곰탕을 광주에서도 맛볼 수 있다. 나주 중앙동에 있는 나주곰탕집인 ‘하얀집’의 분점격인 ‘원조나주곰탕 하얀집’이 광주 운암동에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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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삶아내는 가마솥

하얀집은 107년 전통을 자랑하며 4대째 그 명맥을 잇는 나주곰탕의 성지다. 하루 전 도축한 신선한 한우 고기를 이용해 기름을 제거하고 무쇠 가마솥에 삶아내 먹기 좋게 썰어 다시 한 번 삶아내는 전통 방식을 고집한다. 밥을 넣은 뚝배기에 뜨끈한 곰탕 국물을 토렴해서 낸다. 송송 썬 파와 고소한 참깨가 고명으로 뿌려져 나온 곰탕은 쫄깃한 사태살과 부드러운 양지, 머리 고기가 가득하다. 오랜 시간 끓여낸 곰탕 국물은 맑고 깊은 맛이 일품이다. 맛은 물론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우리 민족의 소울 푸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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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식당의 애호박 찌개와 삼치구이

●진식당=

여러사람들이 모여서 식사를 할 때면 각자 다른 식습관으로 메뉴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때 고민을 덜어주는 곳이 바로 백반집이다. 갖은 반찬과 국, 밥이 나오는 백반에 찌개 한두 개만 시켜도 푸짐한 밥상이 차려진다. 물론 반찬과 국이 맛있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광주역 인근 경안동에 자리한 진식당이 바로 그런 집이다. 광주 토박이들 뿐 아니라 외지인들에게도 입소문으로 꽤 알려진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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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식당의 애호박찌개

특히 간장게장을 비롯해 김치찌개, 애호박찌개, 각종 생선조림과 생선구이 등 셀 수 없을 만큼의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면서도 맛과 서비스, 가격 어느 한 가지 모자람이 없다. 또한 24시간 영업 덕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 때나 찾을 수 있어 늦은 시각 허기를 채우거나 식사와 함께 반주를 하기에도 딱이다. 애호박과 삼겹살을 듬뿍 썰어 넣고 자박자박 끓여낸 애호박찌개는 달짝지근하고 구수하다. 혀에 착 감기는 감칠맛으로 묘한 중독성이 있다.

아울러 백반의 필수 엔트리 삼치구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럽다. 간 또한 적당해 자꾸 젓가락을 유혹한다. 알고 보니 생선구이는 이 집을 찾는 손님 열에 아홉이 찾는 대표 메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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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찬모가 옆에 앉아 직접 키조개전을 부쳐서 하나씩 내준다.

●육전명가=

누가 그랬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누가 해주는 음식’이라고…

그만큼 수고스러움과 정성 없이는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없단 말일 게다. 더군다나 기름을 지져내는 전요리는 더욱 그렇다. 미리 부쳐놓은 전은 식어서 맛이 없고 다시 데운다 해도 그 맛은 반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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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게 썬 소고기를 하얀 찹쌀가루와 계란옷을 입히고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부쳐내면 육전이 완성된다.

하지만 광주 상무지구에 가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인 ‘누가 해주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그 이름하여 육전명가다. 각각의 방으로 꾸며진 실내에서 대기하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찬모가 전기 프라이팬과 얇게 썬 쇠고기가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접시를 들고 입장한다.

이내 얇게 썬 쇠고기는 하얀 찹쌀가루를 뒤집어쓰고 계란물에 몸을 던진다. 완벽하게 위장한 쇠고기는 이내 뜨거운 프라이팬 위에서 위풍당당 노릇한 육전으로 탄생한다. 손님상에서 직접 지져내는 뜨끈한 육전은 야들야들 부드럽고 고소하다. 씹을수록 느껴지는 담백함이 천하일품이다. 또한 곁들여 내는 꼬시래기를 비롯해 미역국 등 반찬도 근사하다. 곁들여 나온 파부침과 절인 깻잎과도 찰떡 궁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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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백선청원모밀의 마른모밀(자루소바)

●1960백선청원모밀=

서울의 명동 격인 광주의 중심 충장로에는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메밀국숫집이 있다. 1960년에 문을 연 청원모빌이다. 창업자는 지난 2012년 작고한 고 김용현 씨로 현재는 둘째며느리 주영희(56)씨가 그 전통을 잇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미식가들의 성서로 불리는 ‘미쉐린가이드’에 소개돼 화제가 됐던 집이다.

이 집은 따끈한 온모밀을 비롯해 마른모밀(자루소바), 비빔모밀, 메밀짜장까지 메밀향 가득한 각종 메밀국수를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다. 또한 감칠맛 나는 진한 육수와 탱탱하고 쫄깃한 면발은 이 집만의 무기다. 여기에 몇 천원으로 즐길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은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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