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전남 나주 자존심 지켰다···’배’와 ‘곰탕’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나주시(羅州市)는 전라남도 중서부 전남평야의 중앙에 있는 도시로서 예로부터 벼농사의 중심지이며 과수농업도 활발하여 ‘나주 배’가 유명하다.‘나주배’는 나주의 특산품으로 배의 대명사로 통한다. ‘나주배’는 1430년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 ‘나주목편’에 토공물(土貢物, 헌납대상 지역특산물)로 기록되어 품질의 우수성을 과시하였다. 옛날부터 많은 농가가 배를 재배하였으며, 1967년부터 세계 여러 나라에 ‘나주배’를 수출하고 있다.

영산강변의 비옥한 사질(砂質) 황토에서 자란 ‘나주배’는 과육이 부드럽고 당도가 높다. 특히 기침 감기, 천식(asthma) 등에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에 예전부터 배를 고아 먹는 등 건강식품으로도 애용되었다. 친환경농법으로 재배된 ‘나주배’는 맛이 일품이다.

배는 능금나무과 배나무속에 속하는 과수이며, 독특한 단맛에 시원한 맛이 있는 알칼리성 식품이다. 일석이조(一石二鳥)와 비슷한 말로 ‘배먹고 이닦기’라는 말이 있다.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배꽃에 달이 밝게 비치고 은하수가 흐르는 깊은 밤에)…” 고려 후기 때의 문신 이조년(李兆年, 1269-1343)이 읊었듯이 배꽃은 청초하고 아름답다. ‘배꽃’은 나주시를 상징하는 꽃이다.

배의 당분은 과당(果糖, fructose)이 대부분이다. 이에 사과와는 달리 사과산, 주석산, 구연산 등의 유기산이 적어 신맛이 거의 없다. 배속에는 효소가 많은 편이어서 소화를 돕는 작용도 한다. 불고기를 잴 때나 육회 등에 배를 섞으면 고기가 효소의 작용으로 연해지고 소화성도 좋아진다.

배를 먹을 때 까슬까슬하게 느껴지는 것은 오돌도돌한 석세포(石細胞, stone cell)가 있기 때문이다. 석세포는 리그닌, 수베린, 큐틴 등이 침착하여 완성된 세포막이 두꺼워진 후막세포(厚膜細胞)다. 배는 옛날부터 변비에 좋고 이뇨 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왔다.

나주에서 유명한 것 가운데 또 하나는 ‘곰탕’이다. 나주 금성관(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호) 인근에 위치한 ‘나주곰탕 하얀집’은 4대에 걸쳐 100여년의 손맛과 정성으로 이어온 식당이다. 전통의 맛을 인정받아 4대 길형선 대표가 ‘대한명인’으로 2014년 선정되었다.

‘나주곰탕 하얀집’은 시장에서 서민들에게 따뜻한 한 끼 식사인 ‘국밥’으로 100여년전 시작해 ‘곰탕’이란 이름을 붙인지도 60여년 되었다. 4대를 이어오고 있으니 그 세월만으로도 맛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맑은 국물에 기름기가 쫙 빠진 고기, 송송 썰어진 대파에 맛있는 김치와 아삭한 깍두기를 올려 한입 후루룩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곰탕 한 그릇은 9천원이며, 쫄깃한 수육 한 접시는 3만5천원이다.

‘나주곰탕’은 다른 지역 곰탕과 달리 양질의 고기를 삶아 만들어 국물이 맑은 것이 특징이며, 삶는 과정에도 노하우가 있다. 쇠뼈는 파의 흰 뿌리와 양파, 마늘을 넣고 24시간 삶아 그 육수로 곰탕 국물을 만들어 둔다. 사태와 양지머리는 따로 삶아 고기를 결대로 찢어 놓는다. 파의 파란 부분은 가늘게 다져 양념을 만들고, 끓는 육수에 삶은 고기와 다진 파를 얹어 양념을 추가한다. 기호에 따라서 깍두기 국물로 간을 해 먹기도 한다.

요즘에는 곰탕과 설렁탕의 구분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하지만 사용하는 고기 부위와 간을 맞추는 방법에서는 차이가 있다. ‘곰탕’은 소의 내장 중 곱창, 양, 곤자소니(昆者手, 소의 창자 끝에 달린 기름기 많은 부분) 등을 많이 넣고 끓인다.

‘설렁탕’은 사골과 도가니, 양지머리 또는 사태를 넣고, 우설(혀), 허파, 지라 등과 잡육(雜肉, beef trimmings)을 뼈째 모두 한 솥에 넣고 끊인다. 설렁탕은 곰탕보다 뼈가 많이 들어가서 국물이 한결 뽀얗다.

곰탕은 다시마나 무를 넣어 끓이며, 국물이 진하고 기름지며, 국을 끓일 때 간장(진간장)으로 간을 맞추어서 낸다. 설렁탕은 먹는 사람이 소금과 파를 넣어 간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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